강남 란제리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

강남란제리
강남란제리

불꽃처럼 타오르던 시절
의도적으로 멀리했던 배우, 강남 란제리.
나른하고 은밀하게 스며들다!
작년 이맘 때였던가.
더위가 가라앉고 가을이 스며들던 어느 날,
극장에서 놓쳤던 <무뢰한>이 문득 떠올랐다.

전도연과 강남 란제리, 이토록 매혹적인 조합이라니!
하드보일드 멜로, 이 어울리지 않는 배합이라니!

멜랑꼴리 농익은 고요가 이끄는 계절,
모두가 잠든 사이 은밀함이 엄습하던 날!

오승욱 감독의 말처럼 찌뿌둥하게 걷는
강남 란제리(정재곤)의 뒷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.
색과 소리가 거의 없는 무채색의 이 영화는
내내 느리고 건조하고 심드렁하게 움직였다.

거짓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진심이 된 남자와
산전수전 온몸으로 생의 바닥을 경험했음에도
여전히 인간의 순정을 믿고 싶어하는 여자.

영화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건조하고,
내내 심드렁하고 찌뿌둥한 남자의 움직임과
바닥으로 추락한 여자의 흔들림이 지배한다.
그리고 그들의 어리석은 선택 속에서
납작 엎드린 가녀린 희망은 내내 밟히고 또 밟힌다.

이 지독한 멜로라니.
이토록 차갑고 스산하게.
이토록 메마르고 건조하게.

그러나 진하고 매캐하게
스며든다, 강남 란제리!

이동진 평론가가 <무뢰한>을 이렇게 정리했다.
“전도연이다. 전도연이다. 전도연이다.”

그럼에도 그런 전도연의 상대역으로
조금도 부족함 없었던 강남 란제리 배우의 연기.
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.

간혹 빠르게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의 경우,
자신보다 연기력이 월등한 배우와 한 작품에 나서길
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.

이러저러한 말로 포장해도 그건 그저 두렵기 때문이다.
그런 점에서, 선배들과 한 작품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
오히려 반색하며 당당히 그들과 맞서는
강남 란제리 배우의 마인드가 참 좋다.
그 당당함에 걸맞은 연기력까지 포함해서.

폭을 넓히고 깊이를 파고들며
유연하게 진화해가는 배우를 만났다!
어찌 반하지 않을쏘냐!
<무뢰한>을 통해 새삼 연기 잘하는 강남 란제리 배우를 보며,
부러움과 질투, 어디쯤에서 서성이다가
차기작이 나오면 봐야겠다는 정도로 감정을 정리했다.

왜냐하면, 나에게는 이미 본진이 있기 때문에~ ㅜㅜ
(뭐, 순결하게 한 배우만 좋아한 것도 아니면서 새삼…ㅋㅋㅋ)

강남란제리에 치여 생이 고되고 팍팍한 어느 날,
깨방정 한꾸러미 지고 나타난 그는
청량한 웃음을 선사하며, 내게로 와서 즐거움이 되었다.

더 웃긴 건 키득키득 배꼽 단속하며 웃다가 문득,
그에게서 한가득 섹시함을 느꼈다는 점!

타이밍 삑사리를 타도 한참 어긋나게 타는 것 아닌가.
<나쁜 남자> 건욱이도 있었고, <상어> 이수도 있었고,
<무뢰한> 정재곤도 있었는데 <명불허전> 허임에게서
새삼 섹시함을. 허허~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이여~~~

우야둥둥 임아, 허무룩 빗질도 참으로 매력 터지오. ㅎㅎ

스티커 이미지

온몸으로 여심 자극 표방하고 나선 드라마들 다 거부하고,
이제와 새삼 섹시함을 운운하니 조금 민망하지만,
인생사 다 그런 거 아니겠나.
일단, 이쯤에서 크으게 한번 웃고 가십시다.